2022/AUSTRALIA_MELBOURNE 🇦🇺

🇦🇺 D+1 의식의 흐름대로 고생하기

이 장르 2023. 2. 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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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에 도착했다. 순탄하게 도착한 것만 같아 불안했다. 해외 만나 가면 한 번씩은 텃새에 탈탈 털리고 있어 이번 텃새는 부디 무난하게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일 년 비자 가지고 와놓곤 여행보다 덜 힘든 시작을 바라는 건 욕심이려나.

맞다 욕심이었다. 예상했다시피 부다페스트의 여행 정도의 개고생을 하고선 입국 첫날 각성 상태로 워홀러들이 일주일에 걸쳐 해치우는 일들을 대부분 해냈더랬다. 역시 사람의 한계는 없다.

 

정말 여행 포함해서 캐리어 찾는 곳을 헷갈린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상한 게이트에 가서 서있다가 괜히 남의 짐만 열심히 내려주고 있었다. 그러다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보니 여긴 1게이트가 아니더라. 내 캐리어 사라질세라 1게이트로 갔더니 곧 내 캐리어를 만나볼 수 있었다. 어 근데 뭐야 이거.

크러시 러기지? 그거 살 필요 없음. 그냥 캐리어 멜버른으로 보내는 게 더 싸게 먹힘. 크러시 러기지 사지 말고 그냥 캐리어 하나 사서 멜버른으로 보내세요. 진짜 구겨지고 구멍 뚫려있고 난리도 아니다. 이런 건 또 처음 봤네.

툴리 마린 공항에 도착해서 둘러보니 정말 외국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마 저들에겐 이게 일상이겠지. 사람들은 가자마자 공항에서 호주 번호 개통을 먼저 하라 했지만 여기도 공항 프리미엄을 붙이겠지 싶어 시티로 일단 가보기로 했다. 근데 알고 보니 공항 프리미엄 이런 건 없고 여기서 하는 게 셀프 개통보다 쉬웠던 거라 했다. 이놈의 의심병이 잘못 도지면 이렇게 몸이 개고생을 한다.

일단 시티로 가기 위해 스카이 버스 티켓을 샀다. 근데 사면서 보니까 다음 버스가 10분도 안 남았네. 표 사자마자 40킬로 넘는 짐을 이고 지고 스카이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여기가 정류장이라고 쓰여있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직감적으로 저기란 생각이 들었단 게 신기할 뿐. 역시나 버스는 곧 출발하기 위해 사람들을 태우고 있었고 거의 문 닫고 들어왔다.

한숨 돌리고 서 이 스카이 버스를 타고 어디서 내려야 할지 확인해 보려는데 인터넷이 안 잡힌다. 분명 버스 벽엔 프리 와이파이라고 적혀있는데 1도 잡히는 건 없었다. 아 뭐 일단 가보지. 내려봤자 시티니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뭐. 그렇게 멜버른 시티역에 도착했다. 아니 근데 이다음 역이 어딘지 알아야 여기서 내릴지 말지 결정할 거 아냐. 뭐 주춤주춤 꺼리고 있는데 사람들이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선 짐을 챙겨 나갔다. 사람들이 거의 다 빠질 때 즈음 여기가 유일한 역이라는 걸 깨닫고선 나도 내렸다. 직감으로 하는 여행은 역시 쉽지 않다.

역에서 와이파이를 겨우겨우 잡아 유심 사는 곳을 찾아봤다. 일단 개통 가능한 매장들은 역 바깥에 있어서 와이파이 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문제가 있어 울 월드에 들어가 일단 유심을 사기로 했다. 같은 심인데도 왜 가격이 다르게 적혀있는지 모르겠지만 뭐 여긴 이런가 보지 뭐. 뭘 사야 할지 몰라 직원분한테 물어봤더니 진짜 너무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줘서 몸 둘 바를 몰랐다. 어디서 들은 부스터 통신사를 할 거라며 부스터 유심 사는 곳을 알려달라 했더니 대략 알려주고는 내가 어버 거리니 그 언니가 손수 구글맵으로 찾아줬다. 참 여러모로 도움받는구나.

 
 

 

나와서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결국 못 찾아서 다시 들어가 보다폰 유심을 사니까 그 언니가 못 찾았냐며 나보다 더 아쉬워해줬다. 덕분에 덜 아쉬워졌달까. 당연히 선불 유심을 등록하는 게 쉬웠을 리가 없지. 역 안 울워스 앞에서 한 시간 정도를 그 유심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없고 전화가 된다 해도 짧은 영어로 제대로 물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까진 전화가 너무 무서웠다고.

그렇게 어찌어찌 일련번호들 찾아내고 유심 등록시켰는데 여기서 끝나면 재미가 없는 건가. 보다폰 앱을 다운로드하으려면 국가가 호주로 바뀌어야 하는데 이게 앱에서는 자꾸 튕겨나갔다. 아이튠즈를 깔아서 해야 한다는데 뭐 이리 귀찮게 만들었어 진짜. 그렇게 일단 유심에 돈을 충전하고 겨우겨우 쓸 수 있게 된 번호를 나미와 토모미에게 전달했다. 나 드디어 호주 번호 생겼어.

사실 오늘 이것저것 해야 될 것들 4시 전에 다 끝내고 여유롭게 멜버른 구경하려 했는데 뭐 일단 남은 시간이 빠듯한 건 확정이다. 숙소에 가서 씻고 돌아다니려 했는데 씻는 것조차 미뤄야 하다니.. 일단 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해두자란 생각에 마이키 카드도 만들고 충전까지 했다.

 

 
 

그렇게 그 커다란 짐을 꾸역꾸역 밀고선 멜버른 시티까지 왔다. 심지어 캐리어가 찌그러지고 구멍 나서 균형이 엇박자 됐는지 바퀴도 잘 안 굴러가는 게 아닌가. 오는 길에 캐리어가 몇 번을 넘어졌는지. 근데 또 신기한 건 그 와중에 NAB 은행 봤다고 그 캐리어를 끌고선 거길 들어갔더랬다. 호주는 카드를 신청하면 일반우편으로 보내는데 그게 일주일 정도 걸린단다. 근데 이 카드가 있어야 여기서 급여도 받고 수수료 없이 쓸 수가 있어서 최대한 빨리 신청해야 한다더라. 그렇게 또 꾸역꾸역 들어가 직원분한테 어카운트 만들러 왔다니까 지금 본인 혼자 일하고 있어서 할 수 없으니 두 명 있을 때 오라더라. 두시 넘으면 두 명 되니 두시에 오란다. 이게 맞나 싶지만 NAB 은행 위치도 알았겠다 일단 체크인부터 해보기로 했다.

NAB 은행에서 숙소까지 오는데 캐리어는 한 번 더 넘어지고 숙소 문 앞에서도 한 번 더 넘어졌다. 이거 오뚝이야 뭐야. 체크인을 하러 인포에 갔는데 체크인은 2시부터나 가능하단다. 너무 지쳐 일단 씻고 싶은 마음에 캐리어를 맡겨두고선 씻고 올까 하다가 일단 라운지에 앉았다. 와이파이 있는 곳이니 TFN이나 먼저 신청해둘까, RSA 나 먼저 신청해둘까 했던 게 하나 둘 모여 결국 두시까지 노트북만 잡고 있었다. 두 시도됐으니 겸사겸사 체크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가야지.

NAB 은행에 도착했다. 계좌 만들러 왔다니까 아까 그 직원분이 흔쾌히 웃으며 이쪽으로 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은행 중간쯤에 태블릿이 놓여있는 룸 같은 게 있는데 거기서 하나하나 설명해 주더라. 아 이래서 혼자 있을 때 못한다 했던 건가 보다. 근데 저 비행하느라 이틀 동안 못 씻었는데 냄새 괜찮으신가요.. 아 물론 체크인하고 양치하고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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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것도 보다시피 태블릿에 입력한 정보도 오류 떠서 직원분이 다시 내 정보를 입력해 주셨다. 이 정도면 신원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번듯하게 살아있는데 신원에 문제 있다 그러면 좀 서러워질 듯.

쨌든 저것까지 하니 녹초가 됐다. 그래도 아직 4시 전이라고 우체국 들려서 신분증 좀 만들어보려고 갔더니 은행 카드 있어야 된단다. 이것도 이렇게 미뤄지네. 쨌든 그냥 들어가긴 아쉬워서 동네 열심히 둘러보다가 풍문으로만 듣던 울 월세가 눈에 보여 일단 들어감. 가서 이것저것 사보고 싶었지만 집도 없고 집도 없는 나는 버려 미 오브 버려 미 두 개를 집어봅니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오는데 왜 이리 풍경이 이쁜지. 당분간은 녹록지 않을듯한 워홀 라이프가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풍경 이쁘니 됐어.

 

 

그리고 숙소 들어와서 오늘의 버려 미 저녁 두 개. 나름 맛나고 배부르게 먹었다. 저거 요구르트 한 통을 다 먹었냐 싶겠지만 저걸 다 안 먹으면 배가 부를 수 없을걸요. 강제 배불림. 숙소가 시티 중심부에 있어서 야경도 엄청나다 진짜. 하지만 빨리 이사해야 한다고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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