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새고 6시에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우리 집까지 데리러 온 엄마에게 커피를 내려주겠노라고 온다는 시간에 맞춰 준비를 해뒀지만 캐리어며 뭐며 하는 짐들 챙기느라 커피 챙기는 것도 잊을뻔했다. 진짜 얼마 만에 오는 공항인지. 이젠 어디가 어딘지도 몰라 인천공항 지도를 몇 번이나 찾아 헤맸다. 2터미널은 그나마 눈에 많이 익었는 데 하필 1터미널이 걸려 고생 좀 했다. 왔던 길 또 왔다 갔다 하고 헤매기까지 했으니 기다리던 엄마가 걱정을 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







표 받기 전에 환전해둔 거 찾으러 갔는데 닫혀있음. 뭐야 열려있다며. 짐 너무 많아서 캐리어 위에 짐 얹고도 또 남은 짐이 있어 생어깨로 들어야 하는데 또 돌아가야 하는고나. 나만 고생하는 거면 상관없는데 엄마도 같이 내 짐 들어주고 있어 같이 고생하니까 이게 문제였지.


뭐 어찌어찌해서 1층에 엄마 앉혀두고 내가 여기저기 헤매면서 돌아다니다 찾은 하나은행. 아니 은행 좀 한곳으로 모아주시면 안 될까요. 아니면 지도에 어떤 은행인지 제발 표시 좀.. 환전했는데 호주 돈 종이 질감이 좀 신기했다. 반들반들 거림 그래서 돈인데 계속 문질 문질 해보게 됨. 그러다 정신 차리고 잃어버릴까 봐 후딱 넣어둠.


공항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여유롭게 돌아다니기 위해 공항에 들어가자마자 체크인을 하러 갔다. 근데 이상할 정도로 앞줄이 줄어들지 않았다. 이거 뭐 괴담인가. 쨌든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걸려 30킬로가 넘는 짐을 보냈다. 이 땐 몰랐지. 이날 개시한 새 캐리어가 구멍도 뚫리고 거의 구겨지다시피해서 멜버른에 도착하게 될 줄은. 진짜 리얼 크래 세배 기지임. 거기 캐리어 살 필요 없음. 그냥 멜버른으로 캐리어 보내면 됨.


뭐 쨌든 표 받았다. 근데 너무 급하게 폰을 정지해버려서 캐리어 문제 있으면 주는 문자 못 받을 수도 있으니 10분 정도 앉아있다가라는 선고를 받았다. 나는 한국인이라 성급한 걸까, 아니면 그냥 내 성격이 급한 걸까. 그냥 문화차 X 개인차 O로 결론지어보기로 했다. 아직도 번호 정지 이미 했다니까 당황하시던 직원분의 표정이 선해. 표 받으니까 이제 좀 실감 나네. 나 이제 진짜 가나 봐.


이제 짐도 보냈겠다 공항에서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걸 마쳤으니 밥 먹으러 가야지. 사실 여기서 밥 안 먹고 말레이시아 경유할 때 거기서 현지 음식 먹으려 했는데 엄마가 날 평생 보내는듯한 느낌으로 아련한 분위기 풍기고 있어서 안 먹을 수가 없었다. 체할까 봐 걱정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먹고 옴.


이제 들어가야지. 들어간다니까 엄마가 팔 벌려 나를 안았다. 내가 가족이랑 손잡고 안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 엉거주춤한 자세로 안았던 몇 안 되는 포옹의 순간이었던 듯.


수속은 역시 금방 끝났고 면세 구경을 하려다가 색조는 여기저기서 선물 받은 거 가져온 게 많아서 짐 더 늘리지 말자는 생각에 그냥 구경하고 돌아다님. 그러다가 좀 여유 있게 게이트에 도착했다.


들어가는 동안조차 영상 찍고 있는 나는 천상 브이로 거인 듯. 이사진들도 사실 영상 찍은걸 캡처한 거다. 영상 그대로 올리는 게 편하긴 하지만 그러면 재생 버튼을 눌러야만 보인다. 그게 생각보다 귀찮은 걸 아니까 gif로 변환을 다 해서 올리곤 하는데 그거 하는 과정이 진짜 너무 귀찮음. 그냥 영상 만든 다음 유튜브 링크 올리는 게 편하겠어.


비행기 하늘에 뜨자마자 주섬주섬 뭔가를 주심. 솔리드 피넛인데 이거 맛있음. 근데 이거 항공사마다 다 간식으로 나오나 봄. 생각해 보면 진짜 외국 가는 비행기에선 자꾸 뭘 준다.
국외선: 자꾸 뭘 맥임
국내선: 자꾸 뭘 안맥임
이 차이인 듯. 국내선은 저렴한 대신 모든 게 다 돈 내야 함. 지독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나.


그러고 나서 좀 지루해졌다 싶을 때 시간 설정하려고 시간 앱 들어감. '쿠알라룸푸르'라고 쳤는데 안 나오길래 진짜 당황했다. 근데 이거 뭐야 쿠알라룸푸르. 아니 이걸 누가 찾을 수 있겠냐고. 멜버른 시간도 찾았는데 뭐야 이 뒤틀린 시간 조합은. 말레이는 한국보다 한 시간 느리고 말레이에서 멜버른 가면 두 시간이 빨라짐. 이게 바로 시공간 이동인 듯.

첫 번째 기내식이 나왔다. 위장이 거의 장식 수준이라 일반식 먹으면 금방 체하기도 하고, 그리고 뭔가 신기한 건 다해보고 싶어서 예전 여행 한창 다닐 때 별의별 식단 다 먹어봄. 개인적으론 흰 두식이 제일 맛있긴 한데 카레 냄새가 온 기내에 진동해서 눈치 보임. 환기시키려면 몇 시간 기다리거나 목숨 걸어야 하는걸. 근데 한 번쯤은 먹어보는 걸 추천함 향신료 좋아한다면.
쨌든 이번 과일식. 체코에서 한국 올 때 과일식을 잊지 모대 진짜. 온갖 베리들로 한 트레이를 줬는데 그 기억 때문에 자꾸 과일식 주문하는 것 같긴 함. 출발하는 나라 쪽마다 다른가. 근데 아시아 쪽 과일식은 이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 그래도 알차게먹었다.

비행기 타는 묘미 중 하나. 이 지도 보는 재미가 나름 있음. 지도를 가로질러 간다는 건 언제 봐도 재밌단 말이지.


그리고 하늘 사진. 사실 창가 쪽에 앉아서 본 창밖 하늘 중 이번이 제일 별로였다. 오래 앉아서 오래 볼 수 있으니 기대 진짜 많이 했는데 좀 그랬음. 하지만 안 올릴 순 없지. 나름 괜찮은 것들만 추려서 올렸음.


그리고 두 번째 과일식. 역시나 무난 무난했지만 저 위쪽에 있는 건과일이 건포도 인건 좀 그렇지 안 숨니까. 설마 건포도일까 한 번 씹어보고 바로 뚜껑 닫음.


뭐 하늘 이렇게 보니까 또 괜찮은 것 같기도.

드디어 말레이공항 도착.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맛있는 게 많을 것 같아서 부푼 마음을 안고 내림. 그랬는데 내가 내린 곳이 C 게이트 라인이라 뭣도 없었다. 당황해서 직원분들한테 물어보고 지도도 보고하니까 이게 터미널이 두 개더라. 여기가 신설 게이트인 듯 왠지 화장실이 후기보다 나쁘지 않더라.
그래서 메인 터미널로 가려고 트램 타임. 천천히 갈 것 같지만 미친 속도로 공항 풍경 보여주고선 도착함.

C 게이트 쪽보단 많지만 여전히 메인 터미널에도 뭐가 많이 없길래 직원분들한테 물어봤더니 이거 면세 라인 벗어나야 한다 함. 근데 나 이미 DPD 낼 때 타국가 입국 안 하고 들어간다고 대답했다고. 왜 그리 호기롭게 아니라고 장담했는지 과거의 나 자신 원망스러울 뿐이다 진짜.

결국 C 게이트 다시 돌아가서 누드 라스라는 아시안 국숫집 들어감. 공항 후기에 나온 가격보다 10~15링깃 더 비쌌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공항 프리미엄 이해해 보기로 함. 사이드 메뉴 하나 더 시키려 했는데 이것도 달라 하니까 직원이 단호하게 노노하는 거 아닌가. 짐도 무겁고 줄도 오래 섰는데 먹고 싶은 것도 다 못 먹는 게 좀 서럽긴 했다. 그렇게 주문한 타이완 비프 누들? 쨌든 이거. 와 근데 진짜 맛있음. 그 고유한 맛이랑 냄새가 남. 진짜 이게 행복이지. 이렇게 쉽게 뒤집히는 손바닥 갖은 내 기분.

시간도 좀 남았겠다, 커피도 마시고 싶어서 스타벅스로 향했다. 왠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해줄 것 같은 곳은 여기뿐이었음. 아메 레귤러 시키려 했는데 직원분이 바로 라지 사이즈 컵 들면서 '이거?'이러심. 잘 파시네 유. 그래서 그냥 그거 달라 함.
외국은 좀 당황스러운 게 이름을 적어줌. 이건 진짜 항상 보지만 당황스럽긴 함. 이름 그것은 내 개인 정보라는 인식을 가진 한국인의 뇌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심지어 하나의 세일즈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게 이게 문화 차이가 싶긴 했음.
쨌든 나는 앉아서 시간도 남은 김에 영상편집했다. 이래저래 정신없어서 아직 커트 편집도 못하고 주제도 못 잡았는데 이거 이번 주에 올라갈 순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일단 해볼 수 있는 데까진 해봐야겠지.

한 시간 정도의 편집을 마치고선 게이트로 향했다. 이제 말레이시아도 안녕. 다음에 여행으로 보자. 아니면 한 달 살기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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