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구했다는 기쁨도 잠시, 하루하루 다가오는 백 패커스 체크아웃 날이 내 머릿속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RSA를 먼저 따야 하니 일어나 오늘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선 RSA 코스를 들으러 학원에 왔다.


호주는 뭘 할라치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술을 파는 곳엔 RSA 자격증이 필수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맥주+a를 팔고 있으니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싶다면 일단 따도는 걸 추천한다. 코로나 이후로 비대면 코스가 많아져서 대면 코스가 일주일에 한 번만 열리는 걸 모르고 호주 와서 예약을 했는데, 일 빨리 구하고 싶다면 출국하기 전에 미리미리 예약해 두는 걸 추천한다.
온라인으로 하면 한국에서도 또 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발급받는 데 2~3주 걸린다더라. 반면 오프라인은 3일 정도 내로 다 나옴(그마저도 당일로 나오는 곳들이 대부분). 영어에 자신 있다는 사람 아니면 오프라인으로 듣는 걸 추천함.
사실 이건 돈만 주면 다 따는 자격증으로 유명한데, 문제는 6시간 동안 강의 들으며 문제 풀고 롤플레잉까지 하는 거라 생각보다 기가 많이 빨린다. 그래서 나중에 되면 집중력 확 떨어짐. 6시간 동안 찬찬히 답을 잘 알려주지만 그게 6시간 동안 집중해서 답을 들어야 다 맞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음.
RSA는 문항 모두 정답을 찍어야 통과하는데 아무리 쉬운 문제라지만 영어로 된 수업을 6시간 동안 집중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이게 3번째까지 시도할 수 있게 해주는데 첫 시도는 거하게 말아먹고 두 번째 시도 때는 옆에 계신 분한테 양해 구하고 정답 다 베낌. 근데도 왜 때문에 틀린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쨌든 두 번째 시도도 말아먹음. 한 번밖에 안 남은 시도에 이것마저 말아먹으면 돈 더 내고 다시 와서 다시 들어야 된다. 남들은 훅훅 따내는 자격증도 이게 웬 말이야 진짜.


쨌든 기분 좋게 나와서 멜버른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다시 플랫메이트를 켰다. 이제 일은 진짜 해결됐으니 플랫 찾아야 하는데 진짜 어디로 가야 하는 거냐. 5일 후면 체크아웃해야 하는데 또다시 불안해졌다. 사람들은 호주에 오면 살 엄청 찔 거라 그랬는데 난 오히려 지금까지 계속 살 빠지는 중. 입맛도 없어서 거의 하루에 한 끼 먹다시피 하고 혼자 다니는 날엔 대부분 숙소에서 2.5불짜리 벌크 빵 몇 개 구워서 우유랑 먹으니 살이 빠질 수밖에.
멜버른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셰어하우스 많았다던데 지금은 예전 가격에서 최소 50~100불은 올랐다고들 한다. 물론 월세 아니고 주세. 나 진짜 이거 괜찮을까 싶기도 하고. 예산을 주당 170~190불로 잡았다가 250까지 올렸다. 시티 쪽 대부분은 300 이상이라 250 정도만 잡아도 괜찮게 잡은 정도니 말 다 했지 뭐.
솔직히 플랫메이트 결제 안 하려고 아등바등 찾아본 건데 이제 일도 구했겠다, 고정적인 수입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으니 플랫 메이트 플랜을 결제해서라도 찾아보기로 했다. 이거 결제하면 내가 앱에서 메시지 보내도 상대방한테 잘 뜨고 심지어 이 사람 번호도 볼 수 있음. 그래서 직접 연락할 수 있음. 진짜 지독한 자본주의 아니냐.
쨌든 이거 결제하고 나서 뽕 뽑겠다는 의지로 미친 듯이 찾아보고 예산에 맞다 싶으면 일단 메시지랑 문자 둘 다 보내뒀다. 얼마나 많이 보냈는지 나중엔 답장이 왔는데도 누구한테 온 건지 모를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뭐. 그렇게 인스펙션이 두 개 잡혔고 한 곳은 칼턴, 한 곳은 시티 중심부라 내일 인스펙션에 끝을 볼 생각이었다. 솔직히 시티 중심부에 있는 숙소가 컨디션, 위치, 가격적인 면에서 모두 다 맘에 들었음. 이건 그냥 내 거다.
세 번째 만에 RSA 통과했다는 얘길 친구한테 했더니 단번에 빠가사리 등극. 근데 그 빠가사리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날 RSA 메일 못 받음. 전화해 보니까 이미 학원물 닫을 시간인가 보오. 내일 찾아간다 학원. 전화로 영어 하는 게 힘들기도 하고 직접 가서 물어봐야 그날 해결될 것 같음. 흡.. 이렇게 멜버른 빠가사리 확정인가.

그리고 요즘 운동 따로 못하니 매일 2만 보씩 걸으려 하고 있음. 덕분에 온 지 5일짼데 CBD 꽤나 빠삭하게 꿰뚫고 있는 난 멜버른 타고난 체질인 건가. 쨌든 내일 아침 일찍 나와서 인스펙션 전에 여기 가보는 걸로. 그리고 내일 첫 시프트다 기대 반 걱정 반. 잘 해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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