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첫 시프트가 있으니 일단 그전에 해 둬야 하는 것들을 다 해놔야 한다. 그래도 어제 맘에 드는 쉐어집 주인이 연락받아줘서 이전보다 나름 일찍 잤다. 오늘은 드디어 끝나겠구나 싶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 뭔가 상쾌하게 일어났음. 그리고 일단 아직 해결되지 않은 RSA 학원으로 향했다.
15분 정도를 걸어 학원에 도착했더니 리셉션에 아무도 없는 게 아닌가. 아니 왜 아무도 없는데.. 다행히 바로 옆 강의실에서 강의하고 있길래 기웃거리다가 물어봤더니 비즈니스 데이로 3일이나 걸린다더라.. 아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 진짜.. 다들 RSA 따고 나면 몇 시간 만에 바로 나온다던데 난 왜 이런 곳이 걸린 건지 후... 쨌든 또 빠가사리 인증. 일단 리셉션 직원들이 아무도 없으니 일단 월요일에 다시 전화해 보도록 하지.
12시 15분에 칼턴쪽 쉐어 인스펙션있으니 일단 이쪽 먼저 가보는 걸로 하자. 지도로 찍었을 때 걸어서 30분 정도 나오는데 사실 걸어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여기 트램이 안 다님. 버스만 다니는 곳인데 여기 버스가 트램처럼 정류장마다 서는 게 아니라서 멜버른 초보자인 나에겐 아직 쉽지 않은 교통수단인걸... ★ 일단 그냥 약속은 했으니 가보자는 생각으로 갔는데... 이게 길이 가도 가도 끝이 안 나.. 그리고 일단 밤에 혼자 오긴 무섭겠다는 생각에 인스펙션 아직 안 했지만 일단 제쳐짐. 안녕 칼턴 숙소.. ★


도착해서 들어가려 하니 어떤 키 큰 여자가 서서 날 기다리는 건가 싶었다. 주소도 잘 찾아온듯해서 물어보니 ???? 나 여기 쉐어안해. 나 이 빌딩 팔 건데? 이러는 거 아닌가.. 아니 당신이 플랫메이트로 톡 보낸 거 아니냐 했는데 본인은 아니란다.. 이거 뭐 사기 셰어인가.. 괜히 왔네란 생각으로 돌아서서 가고 있는데 그 여자가 다시 날 불렀다. 알고 보니 이 건물 문 옆 차고같이 생긴 곳이 내가 인스펙션할 곳 입구였다. 분명 사진은 삐까뻔쩍하고 깔끔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까 ??? 물음표만 가득한 룸 컨디션이다.. 물론 여기가 대부분 학생쉐어라서 청소업체 통해서 청소해 준다는 게 좋긴 한데 일단 위치랑 컨디션... 안녕... ★
오늘 안에 연락 준다 하고 일단 도망 나옴. 그리고 바로 다음 인스펙션으로 넘어감. 한 시간 간격 있었는데 걸어가느라 그 한 시간 거의 다 씀. 그래도 마음속으로 이미 계약해버린 셰어라 발걸음 들뜸. 진짜 오늘 안에 해결 본다.




1시에 도착해서 도착했다 문자하니 본인은 지금 가고 있다며 추우니 근처 가게에 들어가 있으라 하더라. 그러다 집주인 만났는데 나이 지긋하게 드신 중국어 쓰는 할아버지셨음(여긴 중국어 쓴다고 다 중국인은 아니더라). 난 또 여자분인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라서 살짝 당황. 오시더니 친절하게 말 걸어주시고 아파트로 들어가면서도 이것저것 얘기해 주셨음.
어제부터 맘먹은 대로 집 컨디션 평타 이상 치면 그냥 계약해야겠다 했는데 집 들어가는 순간 내가 인스펙션했던곳들 중 가장 좋았음. 거실 보여주시고 방 보여주고 나서 화장실도 안 보고 나 여기 계약하고 싶다 함.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날 진정시키면서 일단 화장실 보라고 얘기함. 화장실 보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또 계약하겠다 함. 내 계약 의지 보이시나요. 결국 엘베 내려오자마자 로비에서 디파짓 송금함. 이렇게 나의 인스펙션라이프는 끝이 났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너무 기분 좋아서 날아갈 뻔함. 근데 아직 RSA 못 받은 빠가사리는 오늘 저녁에 RSA 못 갖다 준 죄로 잘릴지 안 잘릴지 심판을 기다리고 있음. 친구가 안 잘릴 거라 하지만 나라면 나같이 손 많이 가는 애 안 쓸 것 같아서 그럼. 부디 날 써주세요 흡.... 오늘 저녁 출근해 보고 안 잘리면 진짜 이제 끝이다. 안녕 JORA LOCAL, 안녕 인스펙션.

살짝 무거운 마음을 안고 일가서 사장한테 말했더니 별 상관 안 하는듯했다. 그렇게 첫 시프트가 시작됐고 나는 또 우주먼지가 되어 여느 신입들처럼 짐 덩어리가 됐다. 그래도 첫날에 칭찬받고 팁도 받음. 역시 한국 커스터머들이 제일 까다로움 진짜 지금까지 경험상. 한국인 만족시키는 서비스는 세계 어느 곳에서 감동을 줄 수 있음.
그렇게 퇴근길, 스태프 밀을 들고 집에 돌아오는 트램 안에서 엄마에게 전화해서 일과 집 모두 구했다고 전화했다. 살짝 울컥했지만 엄마가 더 울컥하길래 눈물 바로 들어감. 엄마 제발 나도 울컥할 수 있는 기회 좀... 내기회 뺏어가지 좀 말아줘....ㅋㅋㅋㅋㅋㅋ
나도 안다. 내가 정말 잘 풀린 케이스라는걸. 꽤 많은 여행 경험도 한몫했겠지만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이 아닐까 싶다. 굴러다니던 빠가사리 안쓰러워 보였던지 이방인에게 손 내밀어 주던 당신들을 내가 어떻게 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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